소위 주식 리딩방에 대하여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였나, '주식 리딩방 무료 체험' 뭐 이런 광고를 봤던 것 같다.

호기심에 무료 체험 신청을 했었는데, 그 썰을 좀 풀어보고자 한다.

(나처럼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을 위해 얘기하자면, 리딩은 reading이 아니라 leading이다.

즉, 전문가가 주식 종목을 찍어서 언제 뭐를 사고 팔아야 할지를 lead 해주는 것..)

---

리딩방 무료 체험 버튼을 눌렀더니, 전화번호나 이메일 정도를 입력하라고 해서 입력했다.

그랬더니 어디선가 전화가 와서,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더니, 카카오톡 단체방에 초대를 해주겠다고 한다.

이후 단체방에 초대되어서 들어갔다.

전문가인 듯한 사람이 말한다.

전문가: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주식으로 돈벌게 해드립니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이 호응한다.

A: '믿고 갑니다!!' 

B: "가즈아 ^^"

그러고 한 2주 정도 리딩을 했는데, 매일마다 종목을 찍은건 아니고, 한 2-3일에 하나씩 찍은거 같음.

찍은 종목 중에는 오르는 것도 있고 내리는 것도 있었다.

근데 보통 그 전문가는 이런 식으로 말함.

전문가: (오른거만 언급하면서) "제가 오른다고 그랬죠!!! 저만 믿고 왔으면 수십프로 이익 얻은거죠!!" (떨어진거는 얘기 잘 안함)

근데 사라고 제일 강조했던 종목은 꽤 오르기는 했던거 같다. 난 안샀지만.

그리고 종목을 찍을 때 근거를 자세히 얘기하진 않고 보통 차트 얘기를 했던 것 같음.

그러고 2주가 끝날 때 쯤 되면, 슬슬 유료방으로 옮기라고 꼬시기 시작함.

전문가: "여러분 유료방으로 오면 더 확실한 수익을 보장합니다!"

"유료방에서 이미 엄청난 수익을 얻은 사람들이 있어요!"

(계좌 인증 캡처한걸 보여줌)

그러면 채팅방에서 전문가에 주로 호응하던 몇몇 사람들이 글을 남기면서 채팅방에서 나감.

A: "저는 전문가 님만 믿고 유료방으로 옮깁니다. 모두 성투하세요!"

B: "저도 전문가님 믿고 따라와서 수익이 났네요. 더 벌고 싶어서 유료방으로 갑니다! 가즈아!"

오른다고 강조한 종목이 꽤 오르기도 했고, 수익 인증 캡처도 있고 해서 약간 긴가민가 했지만,

그냥 유료 서비스는 받지 않기로 했다.

완전 사기 같지는 않았지만, 이게 확실한 수익을 보장할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

그게 몇 달 전이었는데, 최근에 갑자기 핸드폰으로 전화가 옴.

상대방: "OOO 주식 리딩 체험방 신청하셨죠~ 카카오톡 단체방 초대해드릴게요~ "

나: (신청한거 없는데... 뭐 그냥 채팅방 초대하면 나가던가 하지 뭐) "네 뭐 그렇게 하세요"

아마 예전에 신청했던 것을 이번에 신청한걸로 착각을 했던가, 한번 더 낚아보려고 했던 것 같다.

일단 알았다고 했고, 채팅방에 초대를 받아서 들어갔다.

근데 예전 채팅방에서 주로 호응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있는 것임 ㅋㅋㅋ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보니까 같은 사람임 ㅋㅋ

A: '믿고 갑니다!!' 

B: "가즈아 ^^"

이거 확인하자 마자 바로 채팅방 나왔다.

바람잡이를 쓰려면 프로필 같은건 주기적으로 바꾸던가 하지 좀..

---

소위 리딩방이란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1. 아예 사기를 치려는 것은 아니고, 주식 분석은 하고 종목 추천을 한다.

다만 회사 직원들 동원해서 단체 채팅방에 바람잡이들을 둠.

다른 유료방에서 수익이 발생한 종목은 계좌 인증 캡처해서 여기저기 써먹음.

수익 난 종목은 최대한 강조하고, 떨어진 종목은 조용히 묻음. 

("아직 매수세가 약한데 수급 조금만 회복되면 오를 수 있어요!!")

2. 사기를 칠 작정으로 종목을 골라서, 먼저 매집을 해둠.

그러고 리딩방에 그 종목을 추천함.

그러면 사람들이 그 종목을 사고, 그에 따라 그 종목 가격은 올라감.

그러고 홍보함. "제가 오른다고 했잖습니까!!"

그러면 지켜보던 사람들이 더 삼.

그러면 매집해뒀던 주식을 조금씩 팔아치움.

대충 매도가 끝나가면 "이제 팔아도 됩니다!"라고 리딩방에 말함.

그러면 주식은 더 떨어지지만, 이미 다 팔았으므로 상관없음.

어느 쪽이든 유료로 서비스를 받는건 별로 현명하진 않은 일인 것 같다.

주식으로 확실히 수익날거면 대출내서 내가 직접 굴리지 뭐하러 유료 요금 약간 받고서 남 좋은일 하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